영월 유람기: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배경을 찾아서

 

 

영월 유람기: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배경을 찾아서

2026년 2월 초, 한국 영화사에 남을 만한 작품이 개봉했다. 장항준 감독의 사극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바로 그것이다. 단종과 충의공 엄흥도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역사적 맥락과 현실을 오묘하게 엮어내며 관객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어린 시절부터 익숙한 단종의 이야기를 영화로 어떻게 풀어낼지 기대가 컸다. 영월 엄씨 군기공파의 후손으로서 조상의 이야기가 스크린에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다. 지난 20년간 여러 번 방문했던 영월에서 영화 속 장소들을 찾아 그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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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의 자연과 역사: 봉래산과 천문대

영월 읍내에서 바라본 봉래산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799m의 높이를 자랑하는 봉래산 정상에는 ‘별마로 천문대’가 위치해 있다. 이곳은 쉽게 접근할 수 있어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이다. 나는 산을 좋아하기 때문에 남쪽 능선을 따라 걸어 올라갔다. 정상에 도착하니, ‘카페 799’에서의 경치가 압도적이었다. 그리고 봉래산 정상에서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 등장하는 영월의 명소를 찾아보았다.

패러글라이딩과 청령포

봉래산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에서 이륙한 패러글라이더가 아래를 내려다보니, 강변에 위치한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가 눈에 들어왔다. 청령포는 영월 읍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특유의 고요한 분위기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2014년에 이곳을 방문한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청령포는 삼면이 서강으로 둘러싸인 외로운 섬과 같은 형태를 지니고 있다. 영화 속에서 엄흥도가 청령포를 묘사한 장면이 떠오른다. 그는 이곳을 ‘오지의 섬, 육지 속의 섬’이라고 표현했다. 500여 년 전, 왕이 이곳에 도착했을 때 어떤 감정을 느꼈을지 상상해본다.

청령포는 현재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장소로, 과거의 외로움과 처연함이 묻어나는 곳이다. 단종이 머물렀던 이곳은 이제 운치 있는 소나무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단종의 유배 기간은 고작 4개월이었다. 청령포에서의 두 달을 포함하여 영월 읍내 관풍헌으로 거처를 옮기기까지의 과정을 들여다보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체험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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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의 역사적 명소: 관풍헌과 장릉

관풍헌은 영월 읍내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단종의 최후를 맞이한 장소로 알려져 있다. 단종이 사약을 거부하고 타살되었을 것이라는 여러 기록은 역사적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세조의 칼날 같은 명령에도 불구하고 단종의 시신을 수습한 충의공 엄흥도 공의 이야기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후반부에서 중요한 내용을 차지하고 있다. 관풍헌에서 단종의 시신을 수습한 후, 엄흥도 공은 일가를 이끌고 영월에서 사라졌다. 그 후, 그는 동학사에서 김시습을 만나 단종의 혼령을 위로했다는 전설도 있다.

장릉은 조선 왕릉 중 유일하게 수도권이 아닌 곳에 위치한 단종의 능이다. 영월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 자리 잡고 있어,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아 단종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다. 장릉은 2006년 단종문화제가 열렸던 장소이기도 하며, 당시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배경과 더불어, 이러한 역사적 장소들이 영월의 매력을 더하고 있다.

충의공 엄흥도 기념관과 시제 행사

영월 엄씨 대종회에서 건립한 충의공 엄흥도 기념관은 큰 의미를 지닌 곳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021년 화재로 소실되었다. 그 기념관에서 보여주었던 충절의 상은 지금도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매년 10월 셋째 주 토요일에는 영월 엄씨 시조 엄임의 공의 묘소에서 시제가 열리며, 같은 날 오후에는 충의공 엄흥도 묘소에서 시제를 지낸다. 이러한 전통은 후손들이 조상의 뜻을 기리며 이어가고 있는 소중한 행사이다.

영월에 거주하는 엄흥도 할아버지의 후손들은 경북 문경, 예천, 안동 등지에서 모여 시제에 참석한다. 이곳에서의 만남은 같은 성씨를 가진 사람들 간의 친밀감을 더한다. 영월 엄씨는 2015년 기준으로 약 14만 4천여 명이 존재하며, 그들은 서로를 반갑게 맞이하는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다양한 해석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단종의 최후를 역사적 사실과 상상력을 결합하여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그려진 단종의 마지막 장면은 역사적 사실과 상충하는 부분이 있어, 관객들 사이에서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충의공 후손으로서 이 영화를 본 나는 그 장면이 다소 기대와는 달랐다. 영화의 연출력과 내용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나는 개인적으로 생각보다 괜찮은 작품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영화의 한 장면에서 단종의 최후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결합하여 표현했지만, 그 표현이 실제 역사적 사실과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어쩌면 관객들이 영화 속에서 그려진 단종의 최후를 역사적 사실로 기억하게 될까 우려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영화가 흥행하기를 바라지만, 동시에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지 않기를 바란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관객들에게 단순한 재미를 넘어 역사적 인물과 사건에 대한 깊은 고민을 선사하고 있다. 이 영화를 통해 영월의 역사적 장소와 인물들이 다시 조명받기를 바란다. 영월은 여전히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으며, 그 속에서 우리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를 찾을 수 있다.